발암 위험도는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위해도 측정 방식은 개인의 평생 위해도(individual lifetime risk)를 산출하는 것입니다. 이는 특정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경우, 한 개인이 평생 동안 암에 걸릴 확률을 수치로 환산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1/10,000 또는 1/100,000 등으로 표기됩니다. 이 수치는 용량-반응 곡선에서 0으로의 외삽을 통해 도출되는 단위 발암물질당 암 발생 백분율을 기반으로 산정되며, 이를 발암 잠재력 또는 단위 발암 위해도(unit cancer risk)라고 합니다. 개인별 평생 위해도는 특정 발암물질에 대한 노출량에 이 발암 잠재력을 곱하여 계산합니다.
개체군 위해도(population risk) 혹은 사회적 위해도(societal risk)는 개별 위해도에 노출된 사람 또는 개체의 수를 곱해 산출되며, 이는 1년 또는 평생 동안의 예상 암 발생 건수로 나타냅니다. 시간 기준이 연간이냐 혹은 평생이냐에 따라 수치가 크게 달라지므로, 반드시 시간 변수를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상대 위험도(relative risk)는 노출 집단에서의 암 발생률을 비노출 집단 또는 일반 인구 집단에서의 암 발생률로 나누어 계산하며, 이는 역학적 위험 분석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입니다. 또한 표준화된 개체군 위해도는 연령, 성별, 기간 등의 인구 통계학적 요소를 보정한 수치를 의미하며, 이를 표준사망률(Standardized Mortality Ratio, SMR)이라 부릅니다.
기대수명 상실도(Lost Life Expectancy)는 개인별 평생 위해도에 평균 잔여 생존 기간을 곱하여 산출하며, 평균 생존 기간은 일반적으로 72세로 가정됩니다.
1. 위해성 평가에 대한 비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위해성 평가는 1986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을 중심으로 체계화되었으며, 특히 발암 위해성 평가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과 환경단체 양측에서 이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업 측에서는 EPA의 규제가 너무 엄격해 인체 건강이나 환경 보호라는 제한적 이익에 비해 산업계에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환경운동가들은 위해성 평가 시스템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다중 화학물질 노출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즉, 실생활에서 사람들은 여러 독성물질에 동시에 노출되고 있지만, 현재의 위해성 평가는 이를 개별 물질 단위로만 분석하고 있어 현실을 왜곡하거나 축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위해성 평가는 종종 독성물질에 대한 안전역(safety margin)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보호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암 이외에도 중추신경계, 면역계, 유전자 등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에 대한 과학적 평가 기준은 아직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Ames와 그의 동료들은 특히 발암성 생물검정법(bioassay)의 근거로 사용되는 ‘과시사용량(high-dose usage)’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그들은 고용량 노출이 세포사멸을 유도하여 오히려 세포 증식과 활성산소 생성을 촉진시킴으로써 발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이는 실험에서 사용되는 고용량 자체가 발암 과정을 인위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PA는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현재 위해성 평가 체계를 현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개혁을 추진 중입니다. 새로운 평가 방식은 구조-활성 상관관계(SAR), 유전자 독성(toxicity), 작용기전(mechanism of action)에 대한 정보 기반 접근법을 포함합니다. 또한 최신 생체지표(biomarker), 특히 DNA 변형 또는 첨가물 분석 등과 같은 정량적 지표를 활용한 평가 방식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발암성 분류 체계를 보다 구체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제1군: 인간에게 발암성이 명백히 입증된 물질
• 제2군: 제한된 조건하에서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물질
• 제3군: 동물 실험에서는 발암성이 있으나 인간에게는 발암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질
• 제4군: 발암성 자료가 부족하거나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물질
이와 같은 분류는 위해성 평가의 투명성과 정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위해성 평가는 과학적으로 완벽한 것은 아니며, 현실에서는 근사치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지금 시점에서 인류가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의 과학적 도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향후 연구의 진전과 과학 지식의 축적을 통해 보다 정밀하고 신뢰성 높은 위해성 평가 체계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내분비계 교란물질에 대한 위해성 평가
1996년 개정된 미국의 안전 식수법(SDWA; Safe Drinking Water Act)과 식품 품질 보호법(FQPA; Food Quality Protection Act)에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내분비계 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s)에 대한 스크리닝 및 시험 시스템을 개발하여 2000년 9월까지 실행할 것을 의무화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EPA는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하였고, 자문단은 총 87,000종에 이르는 화학물질에 대해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을 평가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평가 대상 물질은 모든 농약류와 연간 생산량이 10,000파운드를 초과하는 모든 산업 화학물질이 포함되며, 이들 물질은 1단계와 2단계로 구성된 스크리닝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1단계는 단기 시험으로, 화학물질이 에스트로겐, 안드로겐,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에 결합하는지를 판별합니다. 시험 방법에는 시험관 내(in vitro) 실험 3종과 생체 내(in vivo) 실험 5종이 포함됩니다.
시험관 내 실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에스트로겐 의존성 유방암 세포를 활용한 E-screening
• β-galactosidase 유전자가 결합된 인간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가진 유전공학 효모세포를 이용한 리포터 시스템
생체 내 시험은 미성숙하거나 난소를 제거한 실험용 설치류를 대상으로 7일간 시험물질을 투여한 후 자궁 중량의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만약 1단계 시험에서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이 확인되면, 해당 화학물질은 2단계로 진입하게 됩니다.
2단계에서는 포유류 2세대 생식 독성 시험, 조류 생식 독성 시험, 어류 생활사 시험, 갑각류 생활사 시험, 양서류 생식 독성 시험 등 총 5가지 정밀한 생물학적 평가가 수행됩니다. 이러한 2단계 시험은 물질의 생태학적 영향까지 포함하여 종합적인 위해성을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1차 시험 비용은 약 1,500만 달러, 2차 시험 비용은 약 2,500만 달러로 추산됩니다.
3. 생태 위해성 평가
건강 위해성 평가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현재, 생태 위해성 평가(ecological risk assessment)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존재합니다. 첫째, 건강 위해성 평가가 단일 종(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생태 위해성 평가는 수천 종의 생물군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둘째, 생태계의 복잡성과 상호작용성 때문에 적절한 종말점(end point)을 설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민물 홍합의 유생은 특정 어류에 부착되어 성장해야 하므로, 해당 어류의 개체수가 줄면 결국 홍합까지 절멸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처럼 하나의 생물 종이 멸종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생태계 구성 요소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셋째, 생태계 교란은 화학물질뿐 아니라 외래종 도입, 토지개발, 기후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단일 화학물질의 영향만을 기준으로 위험을 평가하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일 수 있습니다.
1992년, EPA는 생태 위해성 평가에 대한 공식 지침서를 발간하였으며, 이후 자문단(위해성 평가 포럼)을 중심으로 보다 정교한 평가 체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생태학적 상호작용, 화학물질의 생태계 내 축적 및 전이 가능성 등을 포함하여 보다 총체적인 위험 분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4. 예방 조치 원칙
위해성 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예방 조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어떤 화학물질이 인체나 환경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면, 과학적으로 완벽히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사전 예방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즉, 정책 결정자는 유해성이 없다는 과학적 확신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화학물질의 제조자 또는 수입자가 해당 물질의 안전성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는 책임의 중심을 산업계로 전환시키는 패러다임이며, ‘무해 입증 책임’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합니다.
예방 조치 원칙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 환경개발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채택된 ‘리우 선언(Rio Declaration)’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후 유럽연합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환경 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할 때에도 사전 예방 원칙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인간 건강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