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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독성학

독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생체 내에서 화학물질이 유발하는 독성은 매우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독성학자들은 특정 화학물질의 독성을 예측하고 평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본 장에서는 그 중에서도 환경 분야에서 중요한 요인들을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독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1. 선택독성(Selective Toxicity)

선택독성은 특정 화학물질이 어떤 생물종에는 강한 독성을 나타내지만, 다른 생물종에는 거의 또는 전혀 독성을 나타내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이는 생태독성학(Ecotoxicology)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예를 들어, 농약을 사용할 때 해충에는 독성이 있어야 하지만 사람이나 가축, 유익한 곤충 등에는 해가 없어야 하므로 **비표적 생물(non-target organisms)**에 대한 안전성이 중요합니다.

선택독성이 나타나는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1 생물체 크기와 흡수율의 차이

첫 번째로 중요한 요인은 노출 생물의 크기입니다. 예를 들어, 크기가 큰 포유류는 작은 곤충에 비해 같은 독성 효과를 얻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양의 화학물질이 필요합니다.
또한, 체중 대비 체표면적 비율이 작을수록 피부를 통한 흡수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작은 생물일수록 같은 양의 화학물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 예시: 사람(70kg)과 쥐(200g)의 체중 비율은 약 350이지만, 체표면적 비율은 55에 불과합니다.
  • 즉, 쥐는 체중당 체표면적이 높아 노출 위험이 커집니다.

두 번째 요인은 피부 흡수율입니다.
예를 들어 DDT는 정맥주사로 투여하면 사람과 해충 모두에게 거의 비슷한 독성을 보입니다. 하지만 피부 노출 시 해충의 독성이 훨씬 큽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해충은 체표면적/체중 비율이 높음
  • 외골격이 키틴질로 구성되어 있어 화학물질 투과성이 높음
  • 포유류의 피부는 각질층 등으로 보호 기능이 강함

하지만 이러한 특성들이 있다고 해서 DDT 같은 지용성, 비생분해성 농약을 무제한으로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과도한 사용은 지하수 오염, 먹이사슬을 통한 생물 농축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1.2 대사경로의 차이

화학물질이 생체 내에서 어떻게 대사되는지는 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선택독성의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 예시: sulfonamide는 박테리아의 folic acid 대사 경로를 차단하여 효과를 발휘하지만, 사람은 외부에서 folic acid를 섭취해야 하므로 이 대사 경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 결과적으로 sulfonamide는 박테리아만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습니다.

단, sulfonamide 역시 사람에게 독성을 나타낼 수 있는데, 이는 생화학적 합성 억제와는 무관하며, 낮은 수용성으로 인해 신장 내 침전물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3 효소 활성의 차이

같은 대사경로를 가지고 있어도 관여하는 효소의 활성 차이는 선택독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 연구 사례: BurchallHitchings는 서로 다른 동물 종에서 추출한 dihydrofolate reductase 효소에 대해 trimethoprim이라는 억제제를 처리한 실험에서,
    포유류는 둔감했지만 박테리아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또한, Pyrimethamine은 세균보다는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Plasmodium에 강한 억제 효과를 보입니다.
Trimethoprim은 현재도 세균 감염 치료에 선택적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항생제입니다.


1.4 대사체계의 차이

마지막으로 중요한 요인은 화학물질의 대사체계 차이입니다.

  • 예: Malathion은 간에서 P-450 효소에 의해 Malaoxon으로 대사되며, 이는 신경전달 효소인 acetylcholinesterase를 억제하여 독성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포유류는 esterase라는 해독 효소가 활발하게 작용해 malaoxon을 빠르게 분해합니다.
    반면, 곤충은 esterase 활성이 낮기 때문에 독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또 다른 예는 pyrethroids 계열의 살충제입니다.
이는 chrysanthemum(국화)에서 유래된 pyrethrin을 기본 구조로 하며,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

  • 온도 의존성 독성: 냉혈동물(해충, 물고기 등)에서 독성이 높고, 온혈동물(사람, 가축 등)에서는 낮음
  • 에스테르 분해 효소 활성: 포유류는 pyrethroids를 빠르게 분해하여 해독 가능, 해충은 그렇지 않음

예를 들어 PermethrinLD50(치사량) 기준으로 쥐보다 사막 매미에서 1,400배나 높은 독성을 보입니다.
이러한 선택독성은 환경 독성 평가농약 허가 심사 등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핵심 정보입니다.


2. 결론

이 장에서는 화학물질의 선택독성을 중심으로 생체 내 독성에 영향을 주는 네 가지 요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화학물질의 독성은 단순히 물질 자체의 유해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으며, 노출 대상 생물의 생리학적 특성, 대사경로, 효소 활성, 해독 시스템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농약 개발, 환경 보건 정책 수립, 인체 안전성 확보에 필수적인 접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