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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독성학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

3.1 유엔환경개발회의: 지구정상회의

1992년 6월 3일부터 14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에서 유엔 소속 154개국 대표들이 모여 세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였다. 이 회의에서 채택된 문서는 ‘의제 21(Agenda 21)’이라 불리며, 회의 자체는 ‘지구정상회의(Earth Summit)’로 명명되었다. 회의에는 정부 대표뿐 아니라 과학자, 환경 운동가, 비정부기구(NGO)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집행이사인 마스타파 K. 톨바(Mostafa K. Tolba)는 개회사에서 세계가 환경 파괴, 생물종 멸종, 기후 변화, 급속한 인구 증가, 국가 간 소득 불균형 심화 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연사들도 이 문제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노르웨이 총리 그로 할렘 브룬틀란드는 “우리는 굶주림, 가뭄, 홍수, 폐기물 더미 속에서 헐떡이는 사람들에게 잠시 무감각해질 수 있지만, 시한폭탄은 계속 째깍거리고 있다. 우리는 미래 세대를 배신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잘못 판단한다면 미래 세대는 우리를 가혹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도 “우리는 개인의 삶을 넘어서는 시간의 틀을 인식해야 한다. 수십 년 내에 지구 자원이 고갈될 수 있으며, 어느 날 갑자기 미래 세대에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때는 이미 늦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고성 발언들과는 달리, 회의 결과는 여러 측면에서 실망스러웠다. 회의 사무총장을 지낸 모리스 스트롱은 “이번 회의는 지구를 살리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밝혔지만, 회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다수의 국가들이 여전히 자국 중심의 이해관계를 고수하며 공동 대응보다는 제한된 수준의 합의를 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의미 있는 성과는 있었다. 유엔 제47차 총회에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유엔 협의기구(UN Commission on Sustainable Development)를 설치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 기구는 리우 회의에서 합의된 약속의 이행을 감시할 책임을 지니며,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154개국이 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하였고, 미국을 제외한 153개국이 생물다양성협약에 서명하였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이후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을 통해 미국도 최종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한편, 미국의 반대로 기후변화협약의 내용은 상당히 약화되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일정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선진국들에 대한 법적 구속력 또한 결여되었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생물다양성협약의 실효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산림 보호 협약에 대해서는 개발도상국들의 반발이 있었다. 이들은 선진국들이 과거에 자신들의 산림을 훼손하고 복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들에게만 산림 보호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인도의 환경부 장관 카말 나스(Kamal Nath)는 “우리의 숲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연료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우리가 요구하게 될 석유의 양이 얼마나 될지 두렵다. 우리가 석유의 세계화를 말하지 않듯, 숲의 세계화도 주장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지구정상회의의 가장 큰 한계는 인구 문제와 빈곤 문제를 실질적인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구 증가와 빈곤은 환경 파괴의 주요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회의의 공식 의제에서 제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 말미에 ‘의제 21(Agenda 21)’을 공식 채택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었다. 이 문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으로,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와 일반 대중도 실천 주체로 포함되어 있다.

회의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개발도상국들이 의제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였다. 모리스 스트롱은 실행에 필요한 비용을 연간 약 1,250억 달러로 추산하였으며, 선진국들이 자국 GNP의 평균 0.7%를 개발도상국 원조에 배분한다면 이 금액은 충당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기준을 실제로 지킨 국가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뿐이며, 다른 국가들은 마감 시한 없이 자발적인 기여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이 기금은 세계은행과 유엔 산하 기관 등을 통해 위탁 관리되고 있다.

Agenda 21의 실행이 실제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 계획이 불완전하게 이행되거나 실패로 끝난다 하더라도, 지구정상회의는 지구적·생태적·경제적 재앙을 방지하기 위한 용기 있는 시도로서 역사에 남을 것이다.

3.2 리우 회의 후 5년 (Rio Plus Five)

지구정상회의가 개최된 지 5년이 지난 1997년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각국 대표들은 유엔총회 특별 분과에 모여 그간의 환경 개선 성과를 점검하였다. 대부분의 대표들은 지난 5년 동안 실질적인 진전이 거의 없었으며, 그 결과 지구 환경은 여러 측면에서 더욱 악화되었다는 데 동의하였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해, 선진국 가운데 단 3개국만이 1990년 수준으로 배출량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나머지 국가들은 이를 이행하지 못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도시 지역의 대기질은 나빠지고 있으며, 깨끗한 물의 공급도 감소하고 있다. 산림 면적이 줄어들고 있으며,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 종의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편, 국가 간 및 계층 간 빈부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고,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들 국가에서는 선진국의 지원이 없이는 환경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진국들이 경제적 지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개발도상국은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현재까지 GNP의 0.7%를 개발도상국 지원에 실제로 사용한 국가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뿐이다.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둘러싼 국가 간 논쟁도 격화되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최종적인 협의는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릴 회의로 연기되었다.

긍정적인 결과로는 전 세계적으로 휘발유 첨가제 사용을 금지하기로 합의한 점과 산림 벌채 및 화전 방지를 위한 정부 간 포럼이 설립된 점이 있다. 또한, 전 세계 산림의 10%를 보호하자는 목표 아래, 세계은행과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이 연합체를 구성하였고, 세계은행은 향후 환경적으로 건전한 프로젝트에만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내부 지침을 수립하였다. 코스타리카는 자국 국토의 상당 부분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2010년까지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가들—특히 선진국—은 여전히 실천을 위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고, 특정 이익집단의 압력에 굴복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환경 문제의 해결은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