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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독성학

신경계 독성

신경계는 인간의 생리 기능 중 가장 정밀하고 복잡한 체계로,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생체 내 정보 전달, 운동 제어, 기억, 사고, 감정 등의 다양한 기능을 담당한다. 최근 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인체가 노출되는 화학물질의 종류가 급증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중추 및 말초 신경계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미 독성이 입증된 물질 외에도, 아직 독성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화학물질이 환경 및 직업군에서 노출되고 있어 잠재적인 신경계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신경계는 중추신경계(뇌와 척수)와 말초신경계로 나뉘며, 이 두 계통은 수많은 유형의 특수화된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생체는 이러한 신경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여러 방어기전을 가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혈액-뇌 장벽이다. 이 장벽은 선택적 투과성을 가지며 유해물질이 뇌조직으로 침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신경계 독성

1. 신경 자극 전달 메커니즘

정상적인 신경세포는 세포막 내외에 전기화학적 경사(gradient)를 형성하며, 세포 외부는 양전하, 내부는 음전하를 띤다. 이로 인해 약 -60~-90mV의 막전압이 유지된다. 자극이 가해지면 신경세포의 축삭에서 나트륨 이온(Na⁺)의 투과성이 급증하고, 이온이 세포 안으로 유입되어 탈분극이 발생한다. 이때 정방향 피드백 메커니즘을 통해 활동 전위(action potential)가 생성되며, 이 전기 신호는 신경세포 간 시냅스를 통해 다음 세포로 전달된다.

시냅스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 프리시냅스에서 방출되고, 포스트시냅스 수용체에 결합하여 자극을 전달한다. 이후 아세틸콜린은 효소 acetylcholinesterase에 의해 가수분해되어 신호전달을 종료한다.


2. 신경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독성물질

화학물질 중 일부는 신경자극 전달 메커니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전기자극을 유발하는 이온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신경전달물질의 방출 및 수용체와의 결합을 저해함으로써 발생한다.

  • DDT (유기염소계 살충제): 나트륨 이온 채널을 지속적으로 열리게 하여 반복적인 탈분극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전신 경련, 근육 경직, 신경 마비를 일으킨다.
  • Toluene, Xylene, Styrene: 방향족 유기용제는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며, 세포막의 이온 채널을 교란해 신경세포 기능을 저하시킨다.
  • 사염화탄소, 할로탄, 알코올: 나트륨 및 칼륨 이온 통로에 영향을 미쳐 전도 장애를 유발한다.
  • Atropine: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하여 신경전달을 억제하는 수용체 길항제로 작용한다.
  • 유기인산계 및 카바메이트계 살충제: acetylcholinesterase의 활성을 저해하여 아세틸콜린이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며, 지속적인 자극 상태를 유도하여 독성을 일으킨다.

3. 신경손상의 유형

신경계 손상은 손상의 위치와 세포 유형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1) 신경세포병변 (Neuronopathy)

신경세포 자체가 손상되거나 괴사되는 형태로, 수지상 돌기 및 축삭, 수초의 변형이나 탈락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손상은 대부분 비가역적이다.

  • 메틸수은: sulfhydryl 그룹과 결합하여 세포 내 대사를 방해하고, 호기성 호흡, 당분해, 단백질 합성 등을 저해한다. 임신 중 노출되면 태아의 뇌발달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며, 어린이에게는 지능저하와 발달장애가 유발된다.
  • 트리메틸주석: 신경세포 내에 세포질 물질이 축적되며 해마 부위에서 세포 팽창과 괴사를 일으킨다.

(2) 축삭병변 (Axonopathy)

축삭의 퇴행이 주요 특징이며, 수초 역시 동반되어 손상될 수 있다. 말초신경계는 일부 재생이 가능하지만 중추신경계는 손상 시 회복이 어렵다.

  • n-Hexane, MBK, EBK: 대사산물인 2,5-hexanedione 또는 2,5-heptanedione이 아미노기와 결합해 pyrrole 유도체를 형성, 신경독성을 유발한다.
  • 이황화탄소(CS₂): lysyl 잔기와 반응하여 dithiocarbamate를 생성하고 축삭손상을 유발한다. 고농도 노출 시 심각한 중추 및 말초신경 장애가 나타난다.
  • TOCP, EPN 등 유기인계 화합물: 노출 후 7~10일 뒤 증상이 발현되며, 중추 및 말초 축삭퇴행을 유도한다.

(3) 수초병변 (Myelinopathy)

수초는 신경전달 속도를 빠르게 하는 절연체 역할을 하며, 손상 시 전도 지연 및 신경 기능 장애를 초래한다.

  • Hexachlorophene: 신생아 목욕 시 피부를 통해 흡수되어 중추 및 말초신경계 수초에 부종을 일으킨다. 장기간 노출 시 뇌압 상승 및 사망까지 유도될 수 있다.
  • 납(Lead): 말초신경염, 마비, 위장염과 함께 wrist drop 증상이 특징적이다. 특히 소아는 혈액-뇌 장벽이 미성숙하여 납에 더 민감하고, 노출 시 심한 뇌부종과 지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4. 결론

신경계는 생체의 모든 기능을 통합하고 제어하는 중심 시스템으로, 외부 화학물질에 의한 손상이 누적될 경우 회복이 어렵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중추신경계 손상은 비가역적인 경우가 많아, 산업현장에서의 노출 관리와 환경 독성 평가, 개인 보호장비 착용 등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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