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immune)이란 생체가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인식하고 구별하는 생물학적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이 시스템은 병원체에 대한 방어, 암세포 감시, 혈중 백혈구 농도 조절, 면역글로불린 생성 등 생체 항상성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면역체계는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으로 나뉘며, 이들은 기본적으로 T세포와 B세포의 상호작용에 의해 조절됩니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다양한 환경오염물질과 화학물질은 이 정교한 면역 시스템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면역기능을 직접적으로 억제하거나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면역 관련 질환, 특히 면역억제,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 그리고 **면역세포 증식 이상(림프종, 백혈병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1. 면역반응에 관련된 세포 구성
모든 면역계 세포는 **줄기세포(stem cell)**로부터 유래하며, 이들은 림프계 경로와 골수계 경로로 나뉘어 각각 특화된 면역세포로 분화됩니다.
- 림프계 → 림프구 (T세포, B세포)
- 골수계 → 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 비만세포, 단핵구, 혈소판 등
(1) T세포 (Thymus-dependent lymphocyte)
T세포는 흉선(thymus)에서 분화되며, 기능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세분화됩니다.
- TH세포 (보조 T세포): B세포가 항체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 TC세포 (세포독성 T세포): 바이러스 감염세포, 이식세포, 암세포 파괴에 관여
- TS세포 (억제 T세포): 과도한 면역반응 억제
- TDTH세포 (지연형 과민성 T세포): 알레르기, 염증성 반응 유도
이들은 항원 자극 시 **림포카인(lymphokine)**을 분비하여 **대식세포(macrophage)**를 활성화하고, 감염원 또는 이상세포 제거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B세포 (Bone marrow-derived lymphocyte)
B세포는 항원 자극에 반응하여 항체 생성을 담당합니다. 항체는 기능과 구조에 따라 다음과 같은 5가지 면역글로불린(Ig)으로 구분됩니다.
- IgM, IgG, IgA, IgD, IgE
항원 자극 시 B세포는 림프모구 → 형질세포로 분화하여 항체를 분비하며, 초기에는 IgM이 먼저 생성되고 이후 IgG가 뒤따라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면역 반응입니다.
2.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의 구분
- 체액성 면역: 항원 자극 → B세포 활성 → 항체 생성 → 항원 제거
- 세포성 면역: TDTH세포나 TC세포 등 T세포 중심의 반응으로, 감작된 림프구가 외부물질을 직접 공격하거나 대식세포를 유도해 제거
이 두 면역 기전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가지며, 외부 자극에 대한 생체 방어기전의 중심축을 이룹니다.
3. 면역독성의 유형과 사례
(1) 알레르기(과민반응)
면역 시스템이 무해한 항원을 유해한 것으로 잘못 인식하여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알레르기 또는 과민반응이라고 합니다. 이는 1차 노출 시 감작(sensitization)이 일어나고, 2차 노출에서 과도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 TDI (톨루엔 디이소시아네이트): 플라스틱, 우레탄 제조에 사용. 천식, 비염, 피부염 유발
- TMA (트리멜리트산 무수물): 혈청 알부민과 결합하여 접촉성 피부염 유발
- Formaldehyde: 가구, 건축자재, 섬유소재 등에 사용되며 단백질과 결합해 알레르기 유발
- 니켈, 크롬산염, 베릴륨, 백금염: 직업성 피부염, 호흡기 알레르기 유발
이들 물질은 대부분 500~1000 이하의 분자량을 가진 hapten으로, 단독으로는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으나 생체 내 단백질과 결합해 면역항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2) 자가면역
자가면역질환은 체내 구성 성분을 ‘외부 침입자’로 잘못 인식해, 이에 대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상태입니다.
- Dieldrin: 용혈성 빈혈 유도
- Hydrazine: 전신 홍반성 낭창 유발
- 수은, 금: Goodpasture 증후군(사구체신염 유사) 유발
이러한 화학물질은 자가항체 생성 또는 T세포 및 대식세포 활성화를 유도하여 조직 손상과 염증 반응을 유발합니다.
(3) 면역억제
환경 독성물질은 면역계 전반을 억제하여 감염, 암, 자가면역 등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 벤젠: 골수 억제 → 백혈구 감소증, 재생불량성 빈혈 유발
- PCBs: 림프기관 위축, 항체 생성 저하, 감염 저항성 감소
- TCDD (다이옥신): 고농도 노출 시 항체반응, 림프구 생산, 지연형 과민반응 억제
- PAHs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항체 생성 감소, 종양 촉진 가능
- 카바메이트 살충제 (carbaryl, aldicarb), DDT: 면역 억제 효과 입증
또한, 금속류 중 카드뮴, 수은은 항체 생산을 억제하고, 비소는 농도에 따라 항체 생산을 증가 또는 억제할 수 있으며, 니켈은 대식세포 기능과 자연살해세포(NK세포) 활성을 억제하여 감염 및 암에 대한 저항력을 저하시킵니다.
4. 결론
면역계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생체 방어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여러 환경오염물질 및 화학물질은 이 정밀한 체계에 손상을 주어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직업 환경, 생활용품, 식품 포장재 등에 포함된 화학물질은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면역억제를 초래하며, 장기적으로 면역계의 항상성 붕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한 화학물질 사용과 환경 관리, 지속적인 독성 평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면역독성은 단순한 알레르기 반응을 넘어서 공중보건적 문제로 다뤄져야 하며, 면역계 건강은 곧 생명 유지의 기본 조건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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